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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동행, 파라과이 농목축부 초청연수 이야기'_농업인신문_안재경원장 기고문_2026.8.28

관리자 2026-08-28 조회수 14

안재경 협동조합 농식품산지유통연구원장 

 

파라과이 농업은 풍부한 농업자원과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소규모 가족농이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유통체계와 생산자 조직화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기 위해 한국 정부와 KOICA는 파라과이 원예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역량을 높이고 농업인의 안정적인 판로를 구축하기 위한“파라과이 농민조합 육성을 통한 원예 경쟁력 강화사업(HORTICOM)”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산지유통연구원은 이 사업의 PMC(Project Management Consulting)로서 한국의 농산물 산지유통 경험을 파라과이 현실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단순히 시설과 기술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APC 하나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도 농가 조직화, 공동선별과 품질관리, 출하와 판매, 운영인력의 전문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과 조직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파라과이 농목축부(MAG) 관계자 초청연수도 시작되었다. 지난 해 진행했던 장·차관 등 고위급정책입안자 연수에 이어, 올해에는 차관을 비롯해 정책 담당자, 가치사슬 담당자, CDA센터장, 농촌지도사 등 실제 정책과 현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 연수는 이 사업의 핵심 품목인 토마토, 피망, 감자, 양파 품목의 재배기술교육부터 농가조직화, 유통조직의 구성과 운영, APC의 건립과 운영체계, 시장교섭력 강화에 이르기까지 강의와 현장토론을 연계하고, 산지유통현장과 도매시장 등을 직접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열흘 동안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참 많은 곳을 함께 다녔다. 파라과이의 농업과 유통 현실을 담은 Country Report를 함께 듣는 것으로 시작해 원예농산물 정책과 유통조직의 역할을 공부하고, APC와 농업기술센터, 스마트팜, 로컬푸드직매장, 농협과 도매시장 현장을 찾았다. 강의를 듣고 현장을 보고, 다시 질문하고 토론하는 일정의 연속이었다.

연수 마지막에는 한국에서 보고 배운 것을 파라과이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조별 액션플랜을 진행해, 돌아가서 HORTICOM 사업 추진의 작은 동력이 되주길 바랐다. 현장의 많은 기관과 산지유통현장 전문가들의 지원 덕분에 연수생 만족도 99.24점, 학업성취도 100점, 액션플랜 영향력 95.96점, 교육과정별 만족도 5점 만점에 4.99점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한 입장에서는 더없이 고마운 성적이었다. 

더 반가운 성적표는 연수생들이 파라과이로 돌아간 뒤에 도착했다. 귀국한 연수생들은 자체적으로 연수 결과 리뷰 회의를 열었다. 조별 성과를 발표하고 한국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의 업무와 현장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논의했다.

마침 개최된 파라과이 엑스포 박람회(7/11~7/26)에서는 한국에서 보고 배운 내용들을 직접 제작하여 시현하고, 방문객과 관계자들에게 연수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연수가 개인의 기억으로 끝나지 않고 조직으로, 다시 현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박람회에서 파라과이 농목축부 장관은 연수생들에게 “한국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조직 안에 사장시키지 말고 현장에 전파하고 공유해 달라” ​고 당부하고, 실무자들에게 이러한 연수 기회를 제공한 한국 정부와 KOICA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HORTICOM 사업을 두고 “하나의 희망”​ 이라는 표현으로 기대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 연수에 함께했던 파라과이 차관이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둘러보며 운영체계에 대해 세심하게 질문했고, 귀국 후에는 파라과이에도 이와 같은 도매시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며 도매시장 개설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우리는 흔히 ODA 사업의 성과를 몇 개의 시설을 지었는지, 얼마의 예산을 집행했는지, 몇 명을 교육했는지로 설명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시설은 결국 사람이 운영하고, 정책도 사람이 만들며, 변화 역시 사람이 시작한다. 사람이 변하면 조직이 변하고, 조직이 변하면 현장이 변한다.

열흘은 한 나라의 농업을 바꾸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변화의 씨앗 하나를 심기에는 충분한 시간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함께 보고, 묻고, 토론했던 파라과이 농목축부 사람들과의 열흘. 그들이 돌아간 뒤 자신의 동료들과 경험을 나누고, 엑스포 현장에서 배운 것을 직접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 작은 씨앗이 이미 싹을 틔우기 시작했음을 느낀다.

매번 질의응답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끝없이 이어지던 질문들, 스마트 APC와 스마트팜에서 뜨겁던 눈빛들, 경복궁과 영월 고씨동굴 그리고 남원 광한루에서 함께 웃던 모습들까지 열흘 동안 우리는 농업을 이야기했지만, 결국 그 시간을 채운 것은 사람이었다.

연수는 끝났다. 그리고 우리연구원은 세 번째 파라과이 현지 전문가 파견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심은 작은 씨앗이 파라과이의 현장에서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출처 : 농업인신문(https://www.nongupin.co.kr)